본문 바로가기
회고/일상

[일상] 2022년 회고록 - 2분기(1)

by 민됴리 2023. 1. 6.
반응형

4월

자료구조 튜터링

  3월 말에 교내에서 진행하는 ‘튜터링 프로그램’에 자료구조 튜터로 지원해서 3월 말부터 6월까지 거의 매주 총 12회 튜터링을 진행했다. 작년(2021년) 2학기에 교내 PL(Programming Learning)센터에서 PL 튜터로 근무하면서 후배들이 C, C++ 언어 관련해서 질문하면 답변해줬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후배들이 있어서 너무 뿌듯했다. 하지만 PL 센터는 C, C++ 언어 위주로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올해는 PL센터에서 튜터로 또 근무하기보다는 자료구조 튜터링을 하기로 했다.

  나는 2학년 때 처음 자료구조를 배웠는데 당시에는 자료구조를 왜 배우는지도, 어떻게 하면 잘 공부할 수 있는지도 몰랐고, 막상 배워도 코딩할 때 활용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자료구조의 중요성을 익히 들어서 종강하고도 1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알고리즘과 함께 꾸준히 독학해서 잘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후배들은 나처럼 오랫동안 동안 삽질하지 않고 내가 깨달은 것들을 조금 더 빠르게 배웠으면 좋겠었어 단순히 학교 강의 내용을 그대로 알려주기보다는 학교 강의로는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 줄 수 있도록 튜터링 커리큘럼을 세웠다.

노션을 이용해서 인원을 모집하고 튜터링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아무도 튜터링을 지원하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하면서 학과 단톡방에 모집 글을 작성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10명이 넘게 지원해줬다. 해당 학기에 특정 교수님의 자료구조 강의를 듣는 사람들만 튜터링에 지원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정말 많이 지원했다고 생각한다. 원래는 3, 4명만 모집하려고 했는데 고심해서 5명을 선택했다. 튜티 중에는 작년 PL 센터에 자주 질문하러 온 친구도 있었고, 1학년 때 계속 A, A+만 받았던 친구도 있었고, 원래는 다른 학과였는데 올해 우리 학과로 전과해서 C, C++도 배우지 않았던 친구도 있었다. 컴퓨터 언어 실력이 좋든 안좋든 열심히 할 것 같은 사람들을 선택했는데, 고맙게도 한 학기 동안 매주 성실하게 참여해줬다.

(왼쪽)3주차 정리 / (오른쪽)튜터링 강의 자료 만들면서 참고한 책들

  매주 튜터링을 준비하는데 정말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강의 자료를 만들면서 예전에 공부했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나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니 막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내가 빠뜨린 부분은 없는지 여러 소스를 참고하면서 확인하는 작업도 해야 했다. 화요일마다 튜터링이 있었는데 거의 하루를 통째로 투자했다. 그래도 이 과정에서 배운 게 많았고 튜티들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던 거 같다. 그리고 다들 좋은 성적을 거둬서 뿌듯했다.

  아쉬운 점은 매주 주차별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고 학기 말에는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는데 이 부분에는 시간을 많이 쓰지 못해서 학기 말에 우수 튜터를 뽑을 때 선정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했으며 튜터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았고, 후배들에게 자료구조를 잘 가르쳐준다는 점에서는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에 튜터링을 하기 잘했다고 생각한다.

 

등산 - 북한산, 광교산, 인왕산

북한산 / 광교산 / 인왕산

  5월 중순에 친구들이랑 제주도에 가서 한라산 등산을 하기로 했다. 사실 2월에 가서 눈 덮인 한라산을 보려 했지만, 한라산이 예약제로 바뀐 것을 몰라서 5월에 가게 됐다. 한라산은 단일 코스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난도가 높다고 한다. 물론 등산을 많이 하시는 분들은 뭔 한라산 등산하는데 예행연습을 하느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나는 등산 초보자여서 미리 다른 산들을 돌면서 등산 연습을 하기로 했다.

(왼쪽)일출과 함께 / (가운데)백운대에서 / (오른쪽) 하산 중

  가장 먼저 4월 1일에 접근성이 좋고 서울에서 제일 난도가 높다는 북한산을 갔다. 새벽 일찍 등산을 시작해서 예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4월 초라서 그런지 날씨가 추웠는데 (딱 0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등산할 때 땀이 많이 나서 반팔만 입고 갔다. 반팔을 입어도 땀이 나서 전혀 춥지 않았다. 하산한 후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식당 바로 옆에 계곡이 흘러서 운치가 좋았다. 아침 먹고 바로 집으로 와서 빠르게 샤워한 후 수업을 들으러 갔다.

(왼쪽)맛있는 콩국수 / (가운데)맛있는 메로나 / (오른쪽)광교산 정상에서

  5월 1일에는 수원에 있는 광교산에 갔다. 북한산보다 난도가 훨씬 낮았는데 등산 시간은 더 길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까닭은 등산하면서 계속 뭘 먹었기 때문이다. 등산을 시작하자마자 식당(문암골)이 보여서 콩국수를 먹었다. 중간중간 아이스크림도 먹고 챙겨 간 에너지바도 먹었다. 하산한 후 폭포농원에서 보리밥, 도토리묵, 돼지바베큐를 먹었다. 맛있는 등산이었다. 

(왼쪽)아름다운 서울 야경 / (가운데)인왕산 정상에서 / (오른쪽)하산 중

  5월 초에는 인왕산 야간 등산을 했다. 친구와 경복궁역 부근에서 만나서 갔다. 난이도는 세 산 중 제일 쉬웠다. 등산 시간도 제일 짧았다. 초입부는 일반 인도로 돼 있었고, 그 후에도 길이 잘 조성돼 있어서 그냥 계단 오르듯이 올랐다. 등산길 뒤로 보이는 서울 야경이 아름다웠는데 이를 보기 위해서라도 종종 와야겠다. 하산 후 치킨을 먹었다. 너무 늦게 하산해서 버스가 다 끊기는 바람에 집에 오는데 고생했다. 인왕산 등산 관련해서는 친구가 블로그에 잘 정리해뒀다.

 

예술의 전당

(왼쪽)티켓 / (가운데)공연 종료 후 / (오른쪽)재미있는 클라리넷...

  고등학교 때 오케스트라 동아리를 하면서 친해진 친구가 있다. 나는 더는 악기 연주를 하지 않지만, 그 친구는 대학생 때도 오케스트라 동아리를 하고 군악대를 다녀왔으며, 현재도 사회인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한다. 참 멋있는 친구다. 그 친구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연주회 표를 구해서 같이 연주회를 감상하고 왔다. 나는 사전에 연주되는 곡, 작곡가, 지휘자,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등을 조사하고 갔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 중학생 때도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러 몇 번 갔는데 그때는 왜 연주를 봐야 하는지도 몰랐고 재미가 없었다. 꾸벅꾸벅 조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가니까 너무 흥미로웠다. 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친구에게 감사하다. 오케스트라에 취해서 한동안 예전에 불었던 클라리넷을 꺼내 악기 연습을 했다.

 

5월

제주도 여행

(왼쪽)수업 끝나고 바로 뱅기 / (가운데)렌트한 오픈카 / (오른쪽)게하

  친구들이랑 3박 4일 제주도 여행을 갔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갔는데 제주도에 도착하니 밤이 됐다. 첫 숙소는 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숨게스트하우스’였다. 이곳은 파티 게스트하우스로 매일 밤 일정 인원이 모이면 소정의 금액을 내고 파티에 참가할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우리 일행 말고 세 분이 더 계셨다. 두 분은 서울에서 오셨고 한 분은 어디에서 오셨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세 분 외에도 게스트하우스 운영진분들이 몇 분 파티에 참여하셨는데 다들 좋은 분이었고, 여행 정보도 공유할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쉬운 점은 우리가 늦게 도착해서 밥 먹고 대화 좀 하니까 파티가 끝났다는 것이다.

  친구가 거금을 지출해서 오픈카를 빌렸다. 원래는 매일 뚜껑을 열고 바다를 보면서 드라이빙하려고 했다. 그런데 렌트 기간 동안 날씨가 좋지 않아서 (비가 계속 내렸다) 오픈카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렌트한 오픈카였는데 너무 아쉬웠다.

(왼쪽)멀리 보이는 다려도 / (오른쪽)거세지는 파도

  이번 여행의 주목적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한라산 등산, 다른 하나는 바다 수영해서 무인도까지 헤엄치기. 둘째 날에는 다려도라는 무인도 앞까지 수영해서 갔다가 돌아오기로 했다. 고작 400m밖에 되지 않았고, 육지에서 미리 부력 조끼, 오리발, 스노클링 고글 등 수영 장비들을 미리 준비해와서 쉽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물에 들어가기 직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안전 장비들도 잘 챙겼고 파도가 심해 보이지 않아서 출발했다. 중간까지는 쉽게 갔는데 중간부터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고 파도가 거쌔졌다. 그래서 도착지까지 단 1/3만을 남기고 다시 돌아왔다. 날씨가 조금만 더 좋았어도 다려도 바로 앞까지 찍고 돌아올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아쉬웠다. 복귀해서 그날 묶을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용담동 쪽으로 가서 저녁으로 갈치조림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전동 킥보드를 타고 게스트하우스로 복귀했는데 이때는 비도 오지 않았고 바다를 따라 달릴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왼쪽)루프탑 뷰 / (가운데)우노 / (오른쪽)1층에 있는 바(?)에서

  둘째 날과 셋째 날에 묶은 게스트하우스는 동문 시장 부근에 있는 ‘베드라디오타운’ 게스트 하우스였다. 옥상에는 루프탑 라운지가 조성돼있는데 앞으로는 동문시장, 산지천, 한라산이 보였고 뒤로는 남해 바다가 보였다. 우리는 2층 라운지 옆에 있는 방에 배정됐다. 라운지에 들리니 외국인들이 많았다. 씻고 뒷정리를 한 다음에 라운지에 가서 여행 온 사람들과 인사했다. 외국인들은 모두 일행으로 이 중 1명은 고려대학교 교환학생, 나머지는 연세대학교 교환학생이었다. 혼자 오신 한국인 한 분은 카지노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분이었다. 예전에 관광통역안내사 준비를 하면서 우리나라의 카지노는 전부 정부 관리하에 있는 공기업이고 한국인은 직원으로만 있을 수 있다고 배웠는데, 실제로 카지노에서 근무하시는 분을 보니 신기했다. 함께 이야기하면서 우노를 했다. 오랜만에 우노를 하니까 재미있더라. 다 같이 인스타 친구를 맺었는데 이후에 외국인 친구들이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보니까 나보다도 한국 여행을 더 많이 가고, 어떤 친구는 세계 일주를 하는 것처럼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더라. 인생 재미있게 사는 거 같아서 보기 좋았다.

(왼쪽)등산 시작 / (가운데)정상 / (오른쪽)백록담
(왼쪽)컵라면 / (가운데)삼각봉 대피소 앞 / (오른쪽)한라산 등산 끝!

  셋째 날 한라산에 갈 때는 다행히 날씨가 좋았다. 새벽 일찍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와 근처 편의점에서 부식을 챙기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날씨가 선선하고 맑아서 올라가는 게 즐거웠다. 정상에 도착하니 백록담도 잘 보였다. 정상에 있는 비석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1시간 정도 줄 섰어야 했을 거 같다) 비석에서 사진 찍기는 포기하고 다른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내려오는 길에 준비해간 컵라면과 부식을 먹었는데 정말 정말 맛있었다. 같이 간 친구 중 한 명이 무릎이 좋지 않아서 하산할 때 친구가 고생을 많이 했는데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숙소에 도착해서 정리하고 게스트하우스 1층에 있는 바에서 마지막 뒤풀이를 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