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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일상

[일상] 2022년 회고록 - 2분기(2)

by 민됴리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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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석탑대동제 & 입실렌티

(왼쪽)대동제 첫날 / (가운데)윤하 누나 공연 / (오른쪽)비와이 공연 보기 전

  우리 학교는 석탑대동제와 입실렌티라는 축제가 있다. 대동제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열리는데 주점도 열리고 다양한 이벤트들이 준비돼 있으며 매일 밤 연예인들이 와서 민주광장에서 공연한다. 월요일에는 윤하를 보러 갔다. 비밀번호 486, 혜성, 사건의 지평선, 오르트구름, 우산을 불러줬던 걸로 기억한다. 어릴 때부터 윤하의 노래를 좋아했는데 이렇게 직접 보게 돼서 너무 좋았다. 화요일에는 친구들과 비와이를 보고 왔다. 공연이 끝나고 같이 주점에 가려고 했지만 이날 제출해야 할 과제가 있어서 나는 가지 못했다. 너무 아쉬웠다. 목요일에는 친구와 에스파, 악동뮤지션을 보고 왔다. 친구는 에스파, 나는 악동뮤지션을 보는 게 목적이었다. 에스파는 인기가 정말 많았는데 그것을 증명하듯이 공연이 밤에 열림에도 점심때부터 민주광장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시간에 맞춰서 간 우리는 인파 때문에 에스파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아쉬웠던 점은 에스파는 와서 몇 곡 부르지도 않았는데 이조차도 전부 립싱크로 불렀다는 것이다. 대동제 때 온 다른 가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불러줬는데 이게 맞나 싶었다. 그리고 압사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계속 몰려 들어왔다.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위험했던 거 같다. 학교 차원에서 무슨 조치를 해야 할 거 같다.

(왼쪽)우리는 오후에 입장했다 / (가운데)최고의 공연 / (오른쪽)뒤풀이할 때 찍은 사진

  금요일에는 입실렌티가 열렸다. 나한테는 첫 입실렌티였는데 같이 갈 친구들도 있었고, 졸업하게 되면 가기 힘들다고 생각해서 참여했는데 정말 잘 참여했다고 생각한다. 입실렌티는 낮부터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다 같이 응원 연습을 한다. 나는 당연히 낮에 입장하려고 했는데, 입실렌티를 많이 갔봤던 친구가 낮부터 가면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저녁부터 가는 것을 권장해줬다. 친구의 말대로 했는데 많이 가 본 사람의 말을 듣기를 잘했다. 오후부터 참가해도 힘들었는데, 한낮부터 있었으면 기절했을지도. 입실렌티는 고려대학교의 최대 축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쟁쟁한 연예인들이 많이 왔다. 박재범, 헤이즈, 싸이, 여자아이들, 레드벨벳이 왔다. 나는 이중 싸이의 공연이 가장 좋았다.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때창을 하고 점프를 하고. 나중에 녹화된 영상으로 봐도 소름이 돋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설명하지 못할 그 감정이 있다. 연예인들의 연주가 끝난 후에는 응원제가 있었다. 아는 응원가가 많지 않았는데 옆에 있던 학우분들이 잘 알려줬고 응원단들도 잘 안내해줘서 잘 즐길 수 있었다.

  입실렌티가 끝나고 친구들과 뒤풀이로 맥주창고가서 맛있는 흑맥주도 마시고 집으로 와서 2차를 달렸다. 2019년 1학기에 나는 1학년이었다. 그때는 기숙사와 강의실만 왔다 갔다 했고 학교에 친하다고 할 사람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축제도 가지 않게 됐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점점 아는 사람도 많아지게 되고 축제를 갈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그러나 20년부터는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축제들이 더 이상 열리지 않게 됐다. 그래서 이번에 열린 대동제와 입실렌티는 내가 대학생일 때 처음으로 제대로 즐겨본 축제인데 좋은 추억으로 남을 거 같다.

 

코로나 확진

  5월 말에 코로나에 확진됐다. 나는 안 걸릴 것만 같았는데 입실렌티에서 걸린 거 같다. 이때 인턴하면서 알게 된 동생이 빨리 나으라고 쌍화차를 한 박스 사서 보내줬고, 형은 과자 세트를 보내주셔서 고마웠다. 덕분에 빨리 나은 거 같다. 격리 생활 마지막 즈음에 전국지방동시선거가 있었는데, 확진자도 투표를 할 수 있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투표만 빨리하고 집으로 왔다. 코로나는 죽을 듯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독감 정도로 아팠기 때문에 며칠 동안은 침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낭비되는 시간이 아까웠다. 앞으로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6월

팀플 - 네이버 영화 악성 리뷰 분석

결과 보고서

  1학기 때 수강한 강의 중 ‘데이터마이닝’이라는 강의가 있었는데 이 강의에는 팀플이 있었다. 4명에서 6명이 팀을 구성한 후 텍스트 데이터에 대한 문제를 정의한 다음에 프로세스와 결과를 보고서와 발표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 팀플의 목적이었다. 우리 팀은 5명으로 구성돼있는데 2명은 산업경영공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나머지 2명은 육군사관학교에서 학점 교류를 하러 온 학생들이었다. 나라를 지키면서 공부도 하느라 힘들 텐데 열심히 참여해줬다. 우리는 네이버 영화 악성 리뷰를 텍스트 마이닝해서 악성 리뷰에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과 악성 리뷰들의 토픽을 찾기로 했다. 역할은 각각 텍스트 데이터 전처리, TF-IDF, LDA를 사용해서 토픽 모델링하기, 발표 자료 만들기, 발표였다. 나는 토픽 모델링을 하기로 했다. 데이터 전처리와 TF-IDF를 맡으신 학우분들이 정말 잘 해주셔서 토픽 모델링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보고서도 다들 자신이 했던 것들을 잘 정리해줘서 쉽게 작성할 수 있었다. 발표는 육군사관학교에서 오신 분들이 해줬다. 다른 조는 마이크를 써도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발음이 뭉개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분들은 마이크도 안 썼는데 강의실 전체에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울렸다. 역시 육군사관학교… 서울에 와서 처음으로 한 팀플이어서 내가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성공적으로 끝내서 기분이 좋았다.

 

학교 생활

(왼쪽)애기능생활관 식당 / (가운데)이공캠 후문 / (오른쪽)안암 사거리

  처음부터 끝까지 비대면인 수업은 2개였다. 이 수업들은 강의 계획서에 비대면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머지 수업들은 개강 초기에는 비대면이었다. 중간고사를 기점으로 전부 대면으로 전환됐다. 2년 넘게 비대면으로 수업 듣다가 대면으로 수업을 들으니 쉽지 않았다. 학교를 왔다갔다하는 게 체력적으로 많이 소모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게 됐다. 그러나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학교생활을 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은 좋았다.

 

템플스테이 - 무량사

  관광통역안내사를 공부하면서 템플스테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됐다. 템플스테이는 물 좋고 공기 좋은 산사(山寺)에 머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크게 체험형, 휴식형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체험형은 정해진 스케쥴에 맞춰서 불교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고, 휴식형은 공양(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절에서 자유롭게 휴양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에 주변에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갔다 온 지인들이 많아졌는데, 하나같이 하는 말이 마음이 어지럽거나 휴식이 필요하면 꼭 가는 것을 추천한다는 것이다.

무량사

  1학기 종강 후 지친 나와 친구는 휴식형으로 2박 3일을 갔다 오기로 했다.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절은 전국에 100개가 넘어서 어디를 갈지 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원래는 가까운 북한산에 가려 했는데 어지간한 절들은 다 예약이 마감됐다. 그래서 예약 가능한 절 중에서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비싸지도 않고 리뷰가 괜찮은 절을 골랐다. 그렇게 해서 고른 절이 부여군에 있는 무량사다.

  무량사까지는 서울에서 차를 타고 세네 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도착해서 주차하고 절복으로 환복했다. 휴식형 프로그램은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갔지만, 상상 이상으로 자유로웠다. 공양(식사) 시간만 잘 맞추면 나머지 시간은 아무런 간섭도 없이 자유롭게 있으면 됐다(공양 시간에 늦으면 안 되는 이유는 늦으면 밥을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템플스테이를 가면 책도 많이 읽고 산책도 많이 다니고 할 수 있는 모든 체험을 다 하려고 했다. 그리고 친구는 방 안에서 잠만 잘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가니까 내가 거의 잠만 자다시피 했고, 오히려 친구가 산책도 많이 다니고 새벽 일찍 기상해서 새벽 예불도 하고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그렇지만 나도 잠 자지 않는 시간에는 친구와 같이 산책도 다니고, 밤에는 작업도 하고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왼쪽)무량사 앞 가게 / (오른쪽)꼬물이

  숙소는 정말 깨끗하게 잘 관리가 돼 있었다. 내가 숙소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화장실도 엄청 깔끔했다. 밥도 맛있었고, 절도 넓어서 산책 다니기 좋았다. 절 바로 앞에는 자그마한 마을이 있는데 무량사에 온다면 마을에 있는 가게는 꼭 한 번 들리는 것을 강추한다. 상품이 많지는 않지만 음료수도 팔고 라면, 식혜같은 주전부리도 있고, 무엇보다 가게에 있는 멍멍이가 엄청 귀여웠다..! 꼬물이가 꼬물꼬물하는 것만 봐도 기분이 좋아졌다. 중간에 비도 왔는데 빗소리를 들으면서 자는 것은 낭만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에는 산사가 정말 많다. 몇몇 산사들은 2018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절이 있는 나라들은 많지만, 한국에 있는 절들은 다른 나라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로 지정되지 않은 절들도 몇백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고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외국인들도 한국에 여행 오면 템플스테이를 많이 한다고 한다. 자신의 종교가 불교가 아니더라도,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힐링도 하고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는 살면서 꼭 한 번쯤은 해보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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