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고/일상

[일상] 2022년 회고록 - 4분기

by 민됴리 2023. 1. 14.
반응형

10월

국내 여행 - 양평, 태안, 강화도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여행도 갈 겸 10월과 11월에도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나는 머니 이슈로 이번 여행에서는 카메라를 빌리지 않고 폰으로만 사진을 찍었는데 좋은 사진을 많이 건질 수 있었다. 창업 준비, 학교 공부, 과제 등 해야 하는 게 끊임없이 있어서 여행 가서도 자투리 시간에 계속 노트북을 두들겨야 해서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고맙게도 다들 이 부분에 대해 이해해줘서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다.

(왼쪽)러버덕 / (가운데)수종사에서 바라 본 북한강 / (왼쪽)두물머리 일출

  2014년, 석촌호수에 러버덕이 왔다 갔다. 당시 러버덕을 정말 보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러버덕이 다시 석촌호수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지만 올해도 러버덕과 나는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올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나마 10월 1일에 호수 옆 롯데 호텔에서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다. 아침에 호텔에서 러버덕을 본 후 친구들과 강남에서 만나 카메라를 대여할 사람은 대여하고 양평으로 출발했다. 가장 먼저 수종사에 들렀다. 수종사는 산 높은 곳에 있어서 남양주를 가로지르는 북한강이 잘 보였다. 이후 일몰 사진을 찍으러 두물머리로 갔지만, 날씨가 흐려서 해를 보지 못했다. 다음 날 새벽에 일출을 찍으러 또 두물머리로 갔을 때도 안개가 많이 껴서 우리가 원하던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친구들이랑 사진 찍으러 여행을 갈 때마다 날씨가 참 환상적이다.

(왼쪽)청산수목원 / (가운데)꽃지해수욕장 / (오른쪽)생일파티

  10월 14일 밤에는 우리 집에서 모여 마당에서 다 같이 고기를 구워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뒷정리를 하고, 친구들은 집에 있고 나는 도서관에 가서 밤을 새우다가 새벽에 여행을 출발했다. 첫 행선지는 청산수목원이었다. 밤을 새운 여파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비몽사몽 돌아다녔는데 수목원의 규모도 크고 볼거리도 많아서 꿈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는 카페에 가서 비대면으로 창업 회의를 했고 친구들은 등산을 갔다 왔다. 이후 숙소에 짐을 풀고 꽃지해수욕장에 가서 바다도 구경하고 시장에 가서 맛있는 대하와 새우 소금구이를 먹었다. 16일이 내 생일이어서 친구들이 사준 케이크로 밤에 생일 파티를 했다. 내 인생의 절반 가까운 시간 동안 알고 지낸 친구들하고 같이 보낼 수 있어서 뜻깊었던 거 같다. 이번 여행에도 날씨가 흐려서 아침에 일출을 보지 못했다.

  11월 5일에는 강화도로 당일치기 드라이빙을 갔다. 가서 바람도 쐬고 사진도 찍었다. 합정역에 와서 맛있는 돼지고기도 먹었다.

 

스파르타코딩클럽 - 즉문즉답 튜터 모임

  스파르타 역삼역 본사에서 즉문즉답 튜터들을 대상으로 모임을 열었다. 중간고사 기간이었는데 이것저것 계산해 보니까 모임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좀 쉬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갔다. 모임은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1부는 즉문즉답과 관련해서 재미있었던 통계들을 함께 보고, 튜터들과 수강생들을 위해 어떻게 즉문즉답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냈다. 2부는 맛있는 것들을 먹으면서 사담을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다들 초면이어서 그런지 할 말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던 거 같다.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제공해주셔서 좋았다. 인상 깊었던 점은 스파르타 창업 초기 멤버 분이 오셨다는 거다. 너무 젊으셔서 초기 창업 멤버라고 하셔서 놀랐다. 나도 창업하는 중이라는 걸 말하니 응원해주셨다. 그리고 어떻게 스파르타를 창업하게 됐으며 중간에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등 창업과 관련된 것들을 여쭤봤는데 잘 답변해주셔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11월

롤드컵 결승

(왼쪽)합정역 / (가운데)세계 챔피언 / (오른쪽)낭만 그 자체

  T1과 DRX. DRX와 T1의 세계 대회 결승전. 살면서 이스포츠 뿐만 아니라 기성 스포츠도 꽤 많이 봤었지만, 이번 대전만큼 기대된 대전은 없었던 것 같다. 살아있는 두 전설 페이커와 데프트의 격돌도 격돌이지만 역사상 최고의 팀과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팀의 대결 자체만으로 경기를 기다리는 것이 설렜다. 경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지만, CGV에서 중계를 한다 해서, 사촌 형과 영화관에 가서 관전했다.

  경기는 진짜 재미있었다. 1경기부터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등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경기가 펼쳐졌다. 1경기는 T1, 2경기는 DRX, 3경기는 또 T1이 승리했다. DRX의 승리를 염원하던 나에게 3경기까지의 결과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올해 롤드컵에서 DRX가 계속 말도 안 되는 행보를 보여줬기 때문에 또 한 번 증명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밑바닥에서부터 한 번도 일어나기 힘들 사건들을 계속 겪으면서 올라온 팀이기에 세계 대회의 결승전에서 패승패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오히려 무언가를 보여줄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내 염원이 하늘에 닿았는지, DRX는 4세트를 이기고, 연달아 5세트마저 승리해서 롤드컵 우승자가 됐다. 눈물이 났다. 살면서 많은 스포츠 경기를 봤고, 앞으로도 많은 경기를 보겠지만, 내 인생에서 이토록 가슴 떨리는 대회는 다시 보지 못할 거 같다. 경기는 7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단 한 순간도 지루한 적이 없었다. 이 경기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이토록 멋있는 경기를 선사해준 T1과 DRX 양 팀의 선수들에게도 모두 감사하다.

 

캡스톤 디자인

힘들었던 일주일

  온라인 쇼핑몰에 가면 상품의 리뷰가 좋지 않더라도 평점이 높은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리뷰를 잘 읽지 않고 평점만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만약 상품의 평점이 리뷰 내용을 반영해 줄 수 있다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더 좋지 않을까? 이러한 가설로부터 학과 친구 두 명과 함께 쇼핑몰에 올라온 리뷰를 인공지능이 감성 분석해줘서 평점을 구해주고 보여주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캡스톤 디자인을 하기로 했다. 한 명은 쇼핑몰 사이트를 구현했고, 다른 한 명은 자연어를 감성 분석해주는 AI 모듈 중 우리의 목적에 맞는 성능이 좋은 모듈을 찾고 API를 구현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나는 이 중간에서 스프링 부트와 AWS를 이용해서 서버를 구축하고 리뷰를 포함한 상품의 다양한 정보를 저장해주는 데이터베이스를 구현했다. 이번 프로젝트 때 사용했던 스프링 부트, AWS, 깃허브 액션 등을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는데, 현업에서 현재 트렌드인 기술이라고 해서 사용해봤는데 왜 트렌드인지 알게 됐다.

  서버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본 적이 많아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금방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처음 사용하는 기술 들을 사용해 진행하다 보니 언어 문제, 컴퓨터 문제, 호환 문제 등 계속해서 막히는 부분이 생겨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일주일 동안 캡스톤 디자인에만 시간을 투자한 거 같다. 많이 힘들었지만 배운 게 정말 많았다. 그리고 노션에 과정을 기록했기 때문에 다음에 비슷한 작업을 하게 되면 훨씬 빠르게 할 자신이 생겼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노션에 진행사항, 트러블 슈팅 등을 계속 기록했다. 왜냐하면, 나중에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기록물을 참고하면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을뿐더러, 트러블 슈팅 기록은 추후 같은 실수를 덜 반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노션의 상태를 깔끔하게 유지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했지만, 프로젝트가 장기화되면서 이 목적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기록이 습관화되면 나중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꼼꼼하게 기록을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잘했다고 생각한다.

 

예비군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오랜만에 세종에 갔다. 고향에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날 수업이 밤늦게 끝나서 기차를 타고 세종에 도착하니 11시 정도 됐다. 후배네 집에 들러서 같이 치킨을 먹고 도서관에 가서 밤새 캡스톤 디자인을 했다. 아침에 친구들과 모여서 택시를 타고 예비군 훈련장에 갔는데, 이 과정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해서 지각할뻔했다.

훈련은 지루했다. 그리고 추웠다. 전날 먼저 훈련받았던 후배가, 훈련장이 추웠다면서 외피를 입으라고 빌려줬는데, 외피가 없었다면 얼어 죽었을지도… 감사합니다, 후배님. 점심은 맛있었다. 훈련마다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때는 핸드폰도 할 수 있었고 좋았다. 예비군이 끝나고 학교로 와서 후배들하고 밥을 먹었다. 밥을 먹은 뒤 다시 도서관에 가서 캡스톤 디자인을 했다. 자정쯤에 다른 후배네 집에 가서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밤새서 캡스톤 디자인을 했다…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는데 기차 안에서 캡스톤 디자인을 끝냈다. 여러모로 피곤한 일정이었다.

 

12월

할아버지의 작고

12월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뜨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학교 생활

2학기에는 즐거운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다. 후회될 일도 많았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잘 보낸 거 같다.

 

번아웃

  12월 말에 번아웃이 왔다. 그냥 너무 힘들었다. 할아버지의 작고, 학교 공부, 창업, 인간관계, 진로 등 모든 것이 힘들었다. 1년 동안 너무 열심히 살았던 거 같다. 쉴 때도 뭔가 계속 새로운 것들을 하면서 열심히 쉬었다. 누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은 거에 도전하기도 했고, 결국 부딪혀서야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여러 이유로 번아웃이 크게 온 거 같다. 1월 초까지 그냥 누워만 있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살면서 힘들었던 적이 몇 번 있는데 이번 번아웃은 그것들에 근접할 만큼 힘들었던 거 같다. 연말, 연초라서 그런지 보자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잠시 약속을 미뤘다.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면서 계속 생각만 했다. 그냥 이것저것 정말 많이 생각만 했다. 중간에 본가에 가서 가족하고 시간을 보냈는데 이때는 상태가 그나마 괜찮았다. 다시 자취방에 와서는 불 끄고 누워만 있었다. 그래도 2주 정도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까 조금 나아졌다. 지금은 무기력함도 사라졌고 다시 내 할 일을 하고 있지만, 뭔가 예전과는 달라진 거 같다. 많은 것을 깨달았고 많은 것을 버리게 됐다.

반응형